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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 속의 보물

윤동주 별 헤는 밤 / 당신의 밤

by 행복한 라바 2018. 9. 4.

윤동주 별 헤는 밤 / 당신의 밤





학생 때는 그저 지루한 국어시간에 배우는 

시들 중에 한 편이었다.


시간이 흐르면서 지나가며 한 번 두 번 듣게 되고,

어느 순간 외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.


개코&황광희 (feat.오혁)가 무한도전에서

윤동주 '별 헤는 밤'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노래

'당신의 밤' 가사에도 나오듯이,


나는 느끼지 못하고 그저 외우려고만 했었다.


전쟁의 역사, 민족의 한이 서린 그 아픔의 역사를

겪어보지 못했기에 마음으로 깨닫지 못했다.





윤동주 시인의 시집 "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"에서는

유명한 서시를 비롯해 "별 헤는 밤"도 수록되어 있다.


서시 또한 내가 외우는 시 중에 하나이다.

힘들고 어려운 마음을 절제되고 간략한 글 안에 녹아내어

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뜨거워진다.


윤동주 시인의 마지막을 생각해본다면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.


어쩔 수 없는 시대상황에,

무엇이 그리 부끄러웠을까 무엇이 그리 괴로웠을까.


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길을

묵묵히 걸을 수 밖에 없었던 윤동주 시인의 마음이

그 시대 모든 우리 민족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.





별 헤는 밤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윤동주


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읍니다.


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.


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

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,

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,

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.


별 하나에 추억(追憶)과

별 하나에 사랑과

별 하나에 쓸쓸함과

별 하나에 동경(憧憬)과

별 하나에 시(詩)와

별 하나에 어머니, 어머니


어머님,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

소학교(小學校) 때 책상(冊床)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,

패(佩), 경(鏡), 옥(玉) 이런 이국(異國) 소녀(少女)들의 이름과,

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,

비둘기, 강아지, 토끼, 노새, 노루,

“프랑시스 · 잠” “라이너 · 마리아 · 릴케” 이런 시인(詩人)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.


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읍니다.

별이 아슬이 멀듯이,


어머님,

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(北間島)에 게십니다.


나는 무엇인지 그리워

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

내 이름자를 써 보고,

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.


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

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.


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
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

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

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.





윤동주의 별 헤는 밤.

오늘 밤은 나도 별을 한 번 헤아려봐야겠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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